[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금융당국이 장애인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금융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 전략과 방안’을 마련했다고 15일 밝혔다. 시각장애인에겐 금융상품 상담 단계부터 점자 또는 음성 형태로 계약서류가 제공되도록 하고, 청각장애인의 텍스트 상담 지원 인프라도 확충한다. 또 발달장애인 눈높이에 맞는 상품 안내서를 마련해 금융역량을 강화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도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고, 안정적인 생활기반에 보탬이 되는 금융이용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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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 간담회’를 열고 장애인 단체, 복지·교육 전문가 및 관계기관과 함께 정책 방향 및 추가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장애인의 금융접근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장애인의 금융거래 불편 해소 △장애인 전용 상품과 서비스의 활성화 △금융사기 등 장애인 대상 범죄 피해 예방이라는 세 가지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째로 금융당국은 장애인의 금융거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인 금융소비자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금융서비스를 이용함에 제약이 없도록 제반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인 금융소비자가 요청할 경우 모든 은행에서 금융상품 상담 단계부터 점자 서류 또는 음성 변환된 형태로 계약서류를 제공해야 한다. 금융투자·보험 등 다른 업권에서도 최소한 텍스트 파일 형태로 상품설명서 및 약관 등을 제공해 시각장애인이 직접 음성변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금융계약의 내용을 편리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업권별 장애인 응대 매뉴얼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 수어통역사를 통해 상담받는 청각장애인도 앞으로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텍스트 상담 서비스도 전 은행권에서 제공하도록 개선한다. 이후 다른 업권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업권별 장애인 응대매뉴얼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매뉴얼상 장애유형을 세분화하고, 상황별 응대 요령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의 개선도 추진한다.
둘째로 장애인 금융소비자 대상 우대상품과 서비스 등을 활성화해 금융 관린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재산 형성과 안전한 관리를 지원한다.
시각장애인은 주식 거래시 MTS 이용이 어려워 수수료가 비싼 오프라인, ARS 주문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37개 리테일 증권사 중 22개사(59%)가 시각장애인 대상 수수료 우대 서비스를 제공 중이나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우수사례 전파를 통해 시각장애인 대상 주식매매 수수료 우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를 추가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수수료 우대 서비스를 제공 중인 회사들도 서비스 활용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한다.
또 일반 보장성 보험을 가입한 경우보다 높은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애인 전용보험 전환 제도’를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장애인 복지관 및 장애인 단체 등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그간 활용이 저조했던 장애인 연금보험 등 장애인 전용상품 개선방안도 검토한다.
더불어 장애인이 가족의 도움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민간 신탁 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장애인 자녀의 소득 흐름을 부모 생전에 설계하는 유언대용신탁 등 소비자 수요에 맞춘 신탁계약 활용이 가능함을 안내하고, 성년후견인의 업무 중 재산관리를 지원하는 후견지원신탁 활성화 방안도 검토한다.
끝으로 장애인을 대출사기 등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금융역량을 강화해 금융피해 발생을 방지한다. 발달장애인은 명의를 도용한 대출사기 범행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특히 당사자가 범행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 규모 입증 등이 어려워 범행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여신거래 및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 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추진하는 한편, 가족에 한정하여 위임대리인도 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또 발달장애인의 금융상품 이해도를 높이고, 계약체결 과정에서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눈높이에 맞춘 대출상품 안내서를 마련하고 은행 창구 직원도 이를 활용하여 상담할 수 있도록 업권별 장애인 응대매뉴얼에도 관련 내용을 반영한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날 간담회를 계기로 장애인의 금융생활이 한층 더 편리해질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회의를 마무리하며 장애인의 금융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관계기관과 힘을 합쳐 노력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