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이런 것까지 된다고?"…'건설사 갤러리'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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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갤러리 주거 체험관 거실 모습

자이갤러리 주거 체험관 거실 모습

“빅스비, 굿모닝!”

침실에서 일어나 인공지능(AI) 스피커에 말을 건넨다. ‘기상 모드’가 작동하면서 조명이 서서히 켜지고 커튼도 열린다. 천장에 있는 공기 청정기가 자동으로 미세먼지를 빨아들이고, 디퓨저 시스템은 내 취향에 맞춘 향으로 방을 채워준다. 퇴근 뒤 집에 들어서자 ‘스마트 미러’가 얼굴을 인식하더니 각종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모드로 바뀐다. 천장에 있는 ‘에어샤워 시스템’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신발은 ‘슈드레서’에 올려놓기만 하면 알아서 제균 기능이 작동한다.

먼 미래의 아파트 모습이 아니다. 지난 15일 방문한 대형 건설사 갤러리에서 체험한 서비스다. 삼성물산(래미안갤러리) 현대건설(디에이치갤러리) 대우건설(써밋갤러리) GS건설(자이갤러리) 포스코이앤씨(더샵갤러리) 등은 서울 강남권에 이 같은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브랜드 홍보관 역할을 하는 갤러리는 각종 전시회나 교육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신 주거 서비스와 기술 체험 공간

강남구 대치동에 나란히 자리 잡은 써밋갤러리와 자이갤러리는 기술과 주거 체험관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말 리뉴얼한 자이갤러리는 주차장부터 전시관까지 마치 실제 아파트 단지를 다니는 것처럼 동선을 꾸며놨다. 건물 2층에 마련된 '하우스 자이'(주거 체험관)에는 주로 시공사 선정을 앞둔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방문한다.

자이갤러리 스마트 미러

자이갤러리 스마트 미러

안내를 맡은 도슨트가 안방에서 “하이 자이, 취침 모드”라고 말하자 조명이 단계별로 어두워지면서 자동으로 커튼이 닫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색온도와 밝기가 현재 시간대를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수면 분석 서비스도 만나볼 수 있다. 이미징 레이더 전문 스타트업 비트센싱과 협업해 선보이는 기술이다.

자이갤러리 욕실 모습

자이갤러리 욕실 모습

침대 위 센서를 통해 코골이와 수면 자세 등을 분석해 얼마나 잠을 잘 잤는지 알려준다. 화장실에선 사람을 감지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트랜스포밍 좌변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써밋갤러리 1층 로비

써밋갤러리 1층 로비

대우건설 써밋갤러리에는 고급 인테리어 가구 등을 만나볼 수 있는 '노블레스관'(대형 가구 체험관)이 있다. 주방에선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 ‘엘마’ 제품 등이 전시돼 있다. 연기를 빨아들이는 후드가 쿡탑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에 ‘다운 드래프트’ 방식으로 설치된 게 독특하다. 인테리어적으로 깔끔할 뿐만 아니라 후드 때문에 시야가 가리지 않아 확 트인 개방감을 준다.

써밋갤러리 지우산

써밋갤러리 지우산

전시관 길목에는 전통공예 예술품 '지우산(紙雨傘)' 장인 윤규상 명장과 협업한 공간도 눈길을 끈다. 지우산은 한지와 섬세한 대나무 살을 정교하게 맞물려 만든 전통 공예 예술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담양에서 자란 대나무를 건조하고 가늘게 깎은 뒤 전주에서 생산된 한지에 들기름을 먹여 만든 작품”이라며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하는 써밋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전시회와 공연 등도 펼쳐

삼성물산 래미안갤러리 외관

삼성물산 래미안갤러리 외관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건축학과장을 지낸 나데르 테흐라니가 설계했다. 지상 5층짜리 건물 외관은 보자기로 감싼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성물산 래미안갤러리 주거 체험관

삼성물산 래미안갤러리 주거 체험관

1층 로비와 연결된 ‘홈닉 체험관’에선 삼성물산이 개발한 첨단 주거 서비스를 살펴볼 수 있다. ‘래미안 플로팅 아일랜드’라는 이름이 붙은 5층 주거 체험관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끔 개방하고 있다.

래미안갤러리 시즌 전시회 '사계전.집'을 관람 중인 가족들. /삼성물산 제공

래미안갤러리 시즌 전시회 '사계전.집'을 관람 중인 가족들. /삼성물산 제공

래미안갤러리는 계절마다 테마를 잡아 다양한 전시·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최근에는 ‘래미안 사계전.집’이라는 전시를 시작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23년 건설사 최초로 갤러리 시즌 전시를 시작했다”며 “연간 방문객은 15만명가량으로 가족 단위 관광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1층 상설 체험관인 ‘마이 래미안 시티’에선 원베일리, 부르즈 칼리파 등 삼성물산의 랜드마크 건축물에 색깔을 입히고, 글자를 쓰는 미디어아트도 체험해볼 수 있다.

더샵갤러리 4층 힐링포레스트

더샵갤러리 4층 힐링포레스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포스코이앤씨 더샵갤러리는 각종 전시와 강연이 주기적으로 열린다. 지난달 초까진 배우 최민수와 작곡가 배드보스, 래퍼 아웃사이더 등의 미술 작품들을 전시한 ‘3인 3색 아트테이너전’을 진행했다. 이달부터는 이사라 작가의 전시회 등을 열고 있다.

더샵갤러리 워터레인

더샵갤러리 워터레인

더샵갤러리 건물은 포스코의 강건재(강철로 된 건설자재)를 활용해 시공됐다. 주차장과 1층 라운지 천장, 메인 계단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로 이뤄져 있다.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워터레인’도 눈에 띈다. 자연의 순환성을 건축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이은숙 더샵갤러리 관장은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포스코이앤씨 브랜드에 호감을 갖게 된다”며 “앞으로도 융복합 전시, 강연, 미디어 파사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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