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감별, 진단의 새로운 전환점 제시

5 days ago 8

-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 UCSF 연구진과 국제 공동연구팀 결성
- 혈액 기반 p-tau217, 알츠하이머 병리 정확 탐지 가능성 세계 최초 입증
- 신경과학 분야 세계 최정상 학술지 JAMA Neurology 최신호 게재

세 가지 바이오마커(p-tau217, NfL, GFAP)를 치매 종류에 적용했을 때 비교 분석 그래프.

세 가지 바이오마커(p-tau217, NfL, GFAP)를 치매 종류에 적용했을 때 비교 분석 그래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속속 승인받으며 치매 치료에 대한 불씨를 살리고 있지만, 다양한 원인 질환으로 발현되는 특성상 증상만으로 치매 종류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미국과 한국 연구진이 혈액을 이용한 알츠하이머 병리 검출 방법을 공동 발표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는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메모리·에이징 센터(Memory and Aging Center) Lawren VandeVrede 교수팀과 국제 공동연구팀을 결성해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에 보이는 임상 모습을 관찰했다.

치매는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다양한 원인 질환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임상 증상만으론 구별이 어렵고 여러 발병 원인이 혼재돼 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진단 도구에는 제약이 많았다. 이에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핵심 병리 기전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생체 지표인 p-tau217 물질이 전두측두엽 치매 검사 지표로도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2008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UCSF 메모리·에이징 센터에서 임상 평가를 받고 사후 뇌 조직을 기증한 총 349명을 연구 대상 집단으로 삼았다. 연구 대상군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임상 증후군 환자가 속했다. 연구팀은 p-tau217, 신경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NfL(Neurofilament Light Chain), 신경계 염증 상태를 나타내는 GFAP(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등 세 가지 바이오마커의 농도를 정밀 분석 장비(SIMOA)로 살폈다.

그 결과, 사후에 측정된 혈액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이 가진 p-tau217 농도(평균 0.28 pg/mL)가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평균 0.10 pg/mL)보다 높게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이 동반된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가 보인 p-tau217 농도(평균 0.19 pg/mL)도 알츠하이머병이 없는 경우(평균 0.07 pg/mL)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혈액 속 p-tau217 물질이 알츠하이머병 신경병리를 진단함에 매우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치매 연관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AUC)를 0.95로 유지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전형적인 알츠하이머 집단에서는 0.98에 달하는 정확도를 보였으며 알츠하이머병 집단이 아니라도 0.89의 비교적 정확한 성능을 유지했다. 반면, 바이오마커로 기대를 모았던 NfL과 GFAP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다. 또한 p-tau217 물질과 함께 사용해도 진단 가치를 크게 높이지 못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

연구팀은 전측두엽 치매로 진단된 환자군 중 약 23%는 알츠하이머 병리를 함께 보유한 것도 밝혔다. 두 가지 치매 형태가 동반된 경우, 인지 기능 검사 점수를 포함한 기억력, 실행 기능, 시공간 능력 등 인지 영역 전반에 걸쳐 더 나쁜 수행 정도를 나타냈다. 또한 뇌 뒤쪽 피질 위축이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도 함께 보고했다.연구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조 교수는 “혈액 기반 p-tau217 물질이 다양한 치매 환자군에서 알츠하이머 병리를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연구 성과가 매우 높다”라며 “향후 정확한 감별진단, 치료제 선택, 예후 예측 등에 p-tau217 물질이 핵심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 치매 진단과 연구 환경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문은 JAMA Neurology 최신호에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를 사용한 알츠하이머와 비 알츠하이머 임상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 신경병리학 검출’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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