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품 파고들고 장난치고…500년 전 강아지의 하루 [미술관의 엽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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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전시·공연 엄마 품 파고들고 장난치고…500년 전 강아지의 하루 [미술관의 엽서들] 이암의 ‘모견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나무 아래 어미 개가 앉아 있다. 어미의 품으로 강아지 세 마리가 정겹게 몰려든다. 두 마리는 젖을 먹으려고 어미 품을 파고들고, 한 마리는 어미 등 위에 턱을 괴고 세상 편하게 잠들어 있다. 강아지마다 제각각 움직임과 표정이 생생하다. 16세기 조선시대에 이암이 그린 ‘모견도’다.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이 작품은 5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보는 사람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어미 개와 새끼의 유대감은 시대를 넘어선다. 그림 속 어미 개의 목에 걸린 붉은 목줄과 반짝이는 금빛 방울로 보아 이 개는 왕실에서 키우던 것으로 추정된다.작품에 적용된 화법은 정교하고 독창적이다. 어미 개를 그릴 때는 윤곽선을 생략하고 검은 먹을 덩어리째 얹어 형태를 잡는 몰골법을 주로 사용했지만, 강아지들의 모습과 어미 개의 발톱을 그릴 때는 윤곽을 그리고 그 안에 먹이나 물감으로 채색하는 구륵법을 사용했다. 여기에 선명한 붉은 목줄과 금방울을 사실적으로 배치해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수묵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배경의 나무는 거친 필치로 간략하게 처리하고 넉넉한 여백을 두어 보는 이의 시선이 어미와 새끼들의 아기자기한 상호작용으로 집중되도록 유도했다. 잠든 강아지의 정적인 모습과 젖을 찾는 강아지의 동적인 움직임이 한 화면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이 그림을 그린 이암은 세종대왕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증손으로 왕실 종친이다. 그는 동물이나 새를 그리는 영모화에 유독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고 기록됐다. 또 당대 최고 화가인 이상좌와 함께 중종의 어진(왕의 초상화)를 그릴 화가로 추천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개들이 나무 아래에 있는 모습은 복을 바라는 길상의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한자 ‘개 술(戌)’은 집을 지킨다는 뜻의 ‘지킬 수(守)’를 연상하게 하고, 이 글자들은 ‘나무 수(樹)’와 발음이 같다. 개와 나무를 한 화면에 함께 그려 집안을 안전하게 잘 지키고 액운을 막아달라는 기원을 표현한 셈이다. 이암의 ‘화조구자도’(보물). <리움미술관 소장> 이암의 귀여운 강아지들은 다른 미술관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다.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화조구자도’(보물)가 대표적이다. 꽃이 핀 나무에 새가 앉고 나비와 벌이 날아드는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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