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과대학이 새 정부에 ‘한국형 천인계획’ 도입과 국립 인공지능(AI)혁신연구원 설립 등을 담은 국가 주도형 AI 인재 육성 방안을 제안했다. 기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 구조에서 고급 이공계 인재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서울대 공대는 17일 서울대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열린 ‘도전·혁신 공학 인재 양성과 대학의 역할’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학 인재 양성 방안을 제시했다. 발제를 맡은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사진)은 “한국은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 의존도가 높지만 고급 공학 인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가 주도의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AI혁신연구원 설립과 함께 정부가 신진 박사급 연구자를 연간 200명을 선발·지원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연봉 5억원 이상을 제공하고 주택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가 필요하다”며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AI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퍼스터 무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천인계획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천인계획’도 내놨다. 전국 이공계 신입생 가운데 잠재력이 뛰어난 1000명을 매년 선발해 공학 중심의 심화 교과과정과 AI 융합 교육을 제공하자는 구상이다.
서울대 공대는 학부 1학년부터 잠재력 있는 학생을 조기 발굴해 육성하는 자체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김 학장은 “중국 딥시크는 젊고 우수한 인재가 일찍 연구에 몰입했을 때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며 “이를 보고 학부생 집중 육성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도입한 ‘엑셀(EXCEL)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잠재력 있는 40명을 선발해 2학년 진학 시점부터 3년간 총 90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