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포트기터만큼 잘하지 못할까?- PGA 로켓 모기지 클래식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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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드리치 포트기터(남아공)가 29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G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켓 클래식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입 맞추고 있다. 포트기터는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맥스 그레이서먼, 크리스 커크(미국)와 동타를 이뤄 연장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디트로이트(미국) ㅣAP 뉴시스

알드리치 포트기터(남아공)가 29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G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켓 클래식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입 맞추고 있다. 포트기터는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맥스 그레이서먼, 크리스 커크(미국)와 동타를 이뤄 연장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디트로이트(미국) ㅣAP 뉴시스

알드리치 포트기터(남아프리카 공화국)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골프클럽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투어(PGA)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다섯 차례에 걸친 연장전 끝에 맥스 그레이서먼(미국)을 물리치고 PGA투어 첫 우승을 달성했다. 20세의 어린 나이에 이룬 우승은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를 연상시킨다.

포트기터는 PGA투어에서 가장 멀리 드라이버를 치는 선수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매킬로이보다 6야드 더 나가고, 드라이버 정확도 역시 더 좋은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 라운드 17번 홀 575야드 파5에서 그는 드라이버로 371야드를 날렸고, 204야드를 남겨두고 9번 아이언으로 핀하이를 쳐냈다. 아이언샷, 벙커샷, 숏게임과 퍼팅이 모두 우수하다.

포트기터는 어릴 적에 럭비와 레슬링을 했다. 그 운동의 특성상 그는 육체적으로 건장하고, 정신적으로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남자 골프계에서 김주형 이후에 등장한 최고의 재능이다. 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인데, 골프계에서 남아공 선수의 활약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또 다른 남아공 선수인 트리스탄 로렌스도 이번 대회에서 우승에 가까웠다.

남아공 인구는 6000만 명으로 우리보다 다소 많지만, 골프 인구는 15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500만 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골프 코스는 400개 정도로 우리나라 800개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런 나라에서 훌륭한 골프 선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가 궁금하다.

PGA 투어 19승 보유자인 남아공의 어니 엘스의 유연한 스윙. 왼발 굳건한 고정축 삼아 흔들림 없이 안정적 스윙이다. 사진 제공 ㅣ골프뷰

PGA 투어 19승 보유자인 남아공의 어니 엘스의 유연한 스윙. 왼발 굳건한 고정축 삼아 흔들림 없이 안정적 스윙이다. 사진 제공 ㅣ골프뷰

게리 플레이어와 어니 엘스는 골프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남아공 선수다. US오픈을 우승한 레티프 구센이 있고, 부드러운 스윙의 대명사인 디오픈 우승자 루이스 오스투이젠이 있다. 이외에도 LIV에서 맹활약하는 칼 스와젤과, 딘 범스타가 있다. PGA투어 대회에서 리더보드 상단을 종종 장식하는 에릭 반루얀과 크리스찬 베주이덴호트도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PGA투어에서 이룬 우승 횟수는 25회로 게리 플레이어의 우승 횟수 24회보다 하나가 더 많을 뿐이다. 어니 엘스의 19승, 데이비드 프로스트의 10승과 레티프 구센의 7승을 굳이 더할 필요도 없다.

적은 골퍼 수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골프가 우리나라 골프보다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좋은 자연환경이다. 비가 적당히 자주 내려서 잔디가 잘 자라며, 연중 내내 골프를 즐기기에 좋은 날씨다.
둘째는 골프 코스의 다양성이다. 정통 링크스는 물론이고 해발 2000미터에도 골프 코스가 있다. 벙커와 해저드의 난이도가 천차만별이어서 골퍼에게 폭넓은 경험을 제공한다.
셋째는 저렴한 골프 비용이다. 남아공에는 저가 노동력이 많아서 코스 관리 인력을 얼마든지 쉽게 고용할 수 있다. 저렴한 퍼블릭 골프 코스의 코스 관리 상태가 다른 나라의 고급 골프 코스 못지않다. 최대 골프 시장인 미국이나 골프의 본고장 영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넷째는 어릴 때부터 갖는 다양한 실전 경험이다. 남아공에는 위험한 지역이 많은데, 골프 코스는 안전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온종일 골프 코스에서 노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는 오랜 골프 역사와 전통이다. 19세기 후반에 영국인들에 의해 골프가 전파되었는데, 이는 북유럽으로 전파된 것보다 더 빠르다. 19세기 후반에 남아공에는 영국인보다 네덜란드인이 많았는데, 신체 조건이 좋은 네덜란드인이 본국에서보다 남아공에서 먼저 골프를 접했다. 영국인을 이겨야 했던, 네덜란드인은 골프에도 열성적이었다.

게리 플레이어(오른쪽)가 2021년 마스터스 시타자로 나서 잭 니클라우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안정된 스윙을 선보이고 있다. 플레이어는 PGA투어에서 24승을 한 남아공의 골프 전설이다. 사진 출처 ㅣ가디언

게리 플레이어(오른쪽)가 2021년 마스터스 시타자로 나서 잭 니클라우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안정된 스윙을 선보이고 있다. 플레이어는 PGA투어에서 24승을 한 남아공의 골프 전설이다. 사진 출처 ㅣ가디언

우리나라 골프 코스가 성인의 비즈니스 무대라고 하면, 남아공 골프 코스는 성인의 무대 못지않게 아이들의 삶의 터전이다. 그것이 우수한 선수가 많이 나오는 배경처럼 보인다.

우리가 골프를 더 잘 치기 위해서 기후를 바꿀 수 없고, 골프 코스 이외의 지역을 일부러 위험하게 만들 수 없으며, 골프 코스의 저렴한 관리를 위해서 저가 노동력을 양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거 하나는 명심해야 할 듯하다. 500만 명이 인도어 연습장에서 연습에 맹렬히 몰두하는 사회보다는 15만 명이 어릴 때부터 그린에서 뛰어노는 사회가 더 좋은 골프선수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것이 어떻게 골프에만 한정되는 이야기일까? 사실 골프는 잘하지 못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골프와 같은 일이 다른 분야에서 일어나지 않게 할 필요는 있다. 우리의 입시 위주의 교육을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골프의 인도어 연습장처럼 보인다. 밤낮으로 그곳에서 임팩트에만 집중해 공을 쳐서는 훌륭한 선수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요즘 PGA투어를 보며 깨닫는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에서는 어떤 훌륭한 인재가 배출되겠는가?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골프: 골프의 성지에서 깨달은 삶의 교훈’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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