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M&A 안하면 망할 것"…송치형 "서클과도 경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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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이란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는 글로벌을 향한 사명감입니다. 이제 인공지능(AI)과 웹3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두나무와 네이버가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해볼 만한 체급이 됩니다. 기술력도 뒤지지 않습니다.”(송치형 두나무 회장)

기업 융합을 공식화한 네이버와 두나무가 지급결제를 넘어 금융 전반과 생활 서비스를 아우르는 차세대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고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금융 질서를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합병하면 글로벌서 도전해볼 만”

이 의장은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열린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AI와 웹3라는 기술적 파도가 오는 상황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 기업과 손잡아야만 글로벌에서 의미 있는 경쟁을 할 수 있다”며 “두나무와 함께 세계에 없는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 계열로 편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몸값 20조원에 달하는 핀테크 공룡이 탄생한다.

이날 이 의장과 함께 등장한 송 회장은 “비교 대상으로 코인베이스(시가총액 104억원), 서클(24억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많이 언급된다”며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 결합하면 글로벌에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그동안 인수합병(M&A)을 안 했다면 네이버는 망해서 없어졌을 것”이라며 “AI 시대에 한국이 강해지려면 더 많은 회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창업자는 블록체인 대중화 흐름과 에이전틱 AI 기술 발전이 맞물린 지금이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의장은 “앞으로 거의 모든 서비스에서 금융과 AI 기술이 깊게 결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회장은 “코인베이스와 크라켄도 최근 신용카드를 내놨다”며 “크립토 결제가 20%를 차지하는 쇼핑몰이 나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크립토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두 회사가 생태계를 구축하면 네이버쇼핑 등 커머스 서비스와 웹툰 등에 크립토 결제가 적용될 수 있다. 네이버 앱 하나로 쇼핑부터 부동산, 주식, 예·적금뿐 아니라 가상자산까지 거래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선 현재 논의가 활발한 국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에 네이버가 선도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해진 “먼저 주식 교환 제안”

이번 합병 구상에 대해 이 의장은 “외부에선 (송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대로 만난 지는 2년밖에 안 됐다”며 “송 회장이 기술적 호기심과 연구 의지가 강해 사업적 시너지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제가 (주식 교환을) 제안했다”고 했다. 송 회장은 “제안을 받았을 때 너무 큰 결정이라 제 인생에서 가장 길게 고민했다”며 “새로운 도전을 글로벌에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 장고 끝에 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두 기업이 전격적으로 손잡으면서 시장에선 송 회장이 네이버의 차기 리더십 물망에 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와 합병하면 송 회장이 네이버에서 이 의장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송 회장은 네이버의 기술 발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네이버의 리더십은 지분만 고려되는 게 아니고 아직 차기 리더십을 영입할 단계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거래는 두나무 보통주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 2.54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주식 교환 비율 1 대 3과 차이가 있어 혼란이 일기도 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기업가치와 주식 발행 수가 달라 주식 교환 비율이 (예상과) 다를 수 있는데, 객관적 평가를 받아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전날보다 1만2000원(4.55%) 내린 25만1500원에 마감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합병 법인의 추후 상장 가능성과 시기, 성장 전략 등에 따라 주주들은 네이버와 이번 합병 법인의 매력도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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