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토종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1시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위성 13기를 목표 궤도 범위인 601.3㎞에 정확히 안착시켰다. 이번 4차 발사를 무난하게 성공시키면서 ‘누리호 이후’ 우주 개발 계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도 스페이스X처럼 우주 발사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이스X·블루오리진과는 큰 격차
누리호는 ‘1회용 로켓’이다. 우주 발사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재사용 발사체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세계 우주산업을 장악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최근 인류의 우주 개척사에 새 이정표를 달성했다. 발사 예정 시간을 지연 없이 잘 지켜 ‘커미트먼트(책임감·약속) 로켓’이라는 별칭을 얻은 주력 발사체 ‘팰컨9’이 재사용 500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팰컨9은 지난 17일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지구 관측 프로그램 일환으로 개발된 해양지도 제작 위성 ‘센티넬-6B 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했다. 발사 57분 후 고도 1322㎞에서 센티넬-6B를 분리했다. 이에 한참 앞서 1단 로켓은 이륙 9분 만에 미국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로 돌아와 부드럽게 착륙했다. 스페이스X 본사가 있는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 비행이 팰컨9 로켓의 500번째 임무였기 때문이다. 그윈 샷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재사용 기술을 활용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며 “스타십을 통해서는 엄청난 양의 화물 및 인력을 달과 화성으로 보내 영구적 거주지를 구축하는 길을 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의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도 창업 25년 만에 재사용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 블루오리진은 13일 오후 3시55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궤도 위성 ‘에스커페이드’를 실은 대형 우주로켓 ‘뉴글렌’을 발사했다. 이날 뉴글렌 1단 추진체는 발사 3분 후 2단 로켓과 분리된 뒤 하강을 시작해 9분30초 후 플로리다 해안에서 600㎞ 떨어진 거리에 있는 해상 바지선 ‘재클린’(제프 베이조스 모친 이름)에 착륙했다. 중국도 재사용 발사체를 우주산업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갤럭틱에너지(싱허둥리), 랜드스페이스(란젠), CAS스페이스(중커위항), 오리엔스페이스(둥팡쿵젠) 등 중국 발사체 기업 여러 곳이 내년에 자체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 시험에 도전한다.
◇발사 비용 획기적으로 낮춰야
우주항공청은 지난 25일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논의하면서 저비용 고빈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요소 기술은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1분기 열린 ‘제3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계획을 변경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2032년까지 10년간 2조여원을 투입한다. 당초 설계상 1단부는 100t 이상 엔진 5기, 2단부는 10t 이상 엔진 2기로 구성됐다. 우주청은 이 정도로는 2030년대 발사체로서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연료를 케로신(등유)에서 메탄으로 바꾸는 등 재사용 발사체로 재설계하고 있다.
산업계는 누리호가 안정성을 증명한 만큼 정부가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천문학적 가격의 로켓에 재사용 기능을 부여해 회당 발사 비용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고도 3만6000㎞에 1t짜리 정지궤도 위성을 올리는 데 드는 발사 비용은 차세대 발사체 환산 기준 ㎏당 8만6186달러로 추정된다. 재사용 발사체 스페이스X 팰컨9 발사 비용인 ㎏당 수천달러와 차이가 극명하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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