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페어웨이·까다로운 핀 위치...'역대 챔피언' 포함 톱랭커 우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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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 2R
디펜딩 챔프 김민규 도중 기권
샷 난조 속 전반만 볼 6개 분실
역대 우승자 6명 줄줄이 탈락
‘11년 무명’ 유송규 깜짝 선두

김민규가 23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CC 듄스코스에서 열린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 2라운드 10번홀 그린을 걸어가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김민규가 23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CC 듄스코스에서 열린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 2라운드 10번홀 그린을 걸어가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23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CC 듄스코스(파71). 폭이 15~20m 정도에 불과한 ‘개미허리’ 페어웨이와 그린 끝에 바짝 붙은 까다로운 핀 위치가 톱랭커들의 발목을 잡았다. 디펜딩 챔피언 김민규(23)는 손목 통증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이날 전반에만 볼 6개를 모두 잃어버린 끝에 일찍 짐을 쌌다.

이날 열린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총상금 14억원) 2라운드에서 김민규는 전반 9개 홀에서 트리플보기 1개, 더블보기 2개, 보기 1개 등 8타를 잃었다. 이 과정에서 아웃오브바운스(OB) 구역과 워터 해저드 등으로 볼을 6개나 날린 그는 준비한 볼을 모두 잃어버리는 바람에 기권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선수가 18홀 라운드를 마칠 때까지 같은 브랜드, 같은 모델 공을 사용해야 한다. 볼을 모두 잃어버려도 쓰던 볼과 같은 볼을 구해서 경기를 이어갈 수는 있지만, 김민규는 손목 부상 등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기권을 택했다. 이미 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탓에 커트 통과가 사실상 힘든 상황이었다.

김민규 외에도 역대 챔피언인 이준석(호주·2021년 우승), 재즈 제인왓타나논(태국·2019년), 장이근(미국·2017년), 강성훈(38·2013년), 배상문(39·2008, 2009년) 등도 이번 대회 커트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그중 이준석은 최하위인 137위(22오버파), 장이근은 136위(21오버파)를 기록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톱랭커 다수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개막전 우승자이자 상금랭킹 3위를 달리는 김백준(24)은 공동 77위(6오버파), 최근 2개 대회 우승자인 배용준(25)과 엄재웅(35)도 각각 공동 125위(15오버파), 공동 133위(19오버파)로 커트 탈락했다.

익숙하지 않은 코스에 역대 챔피언들이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국오픈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에서 열렸다. 그러나 개장 32년이 된 우정힐스가 올해 코스와 그린 보수 공사를 진행하면서 대회 후원사인 코오롱그룹은 올해 일시적으로 대회장을 라비에벨 듄스코스로 옮겼다. 우정힐스와 라비에벨 모두 코오롱그룹이 소유한 골프장이다.

라비이벨 듄스코스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 개최에 앞서 대대적으로 코스 난도를 높였다. 페어웨이 폭을 절반 가까이 줄였고, 파5인 2번홀을 파4로 바꿨다. 아울러 깊은 러프(페스큐)는 50㎜ 이상으로 길렀고, 그린 스피드는 평균 3.8m로 조성했다. 그동안 정규투어가 열리지 않은 생소한 코스라는 점도 선수들이 어려움을 느낀 이유 중 하나였다.

유송규가 23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CC 듄스코스에서 열린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 2라운드 6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유송규가 23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CC 듄스코스에서 열린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 2라운드 6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리더보드 최상단에도 생소한 이름이 올랐다. 2015년 KPGA투어에 데뷔했지만, 지금까지 124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차례도 우승을 거두지 못한 유송규(29)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쳤다. 이틀 합계 7언더파 135타를 적어낸 유송규는 2위 품 삭산신(태국·5언더파)에 2타 앞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유송규의 개인 최고 성적은 2020년 8월 헤지스골프 KPGA 오픈 3위. 그동안 그가 주목받았던 건 140㎏에 육박하는 체중뿐이었다. 그러나 식단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무려 40㎏ 가까운 감량에 성공했고, 이번 대회에서 ‘무명’ 꼬리표를 뗄 기회를 잡았다. 유송규는 ”라비에벨CC 듄스 스에서 열린 한국오픈 월요예선 등 세 번 정도 쳐봤는데 칠 때마다 마음이 편했고 성적도 잘 나왔다“며 ”남은 3, 4라운드도 지난 이틀처럼 편하게 치겠다“고 웃었다.

KPGA투어 소속으로는 이날 1타를 줄인 김기환(34)이 공동 4위(3언더파)로 유송규의 뒤를 이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김민수(17)가 공동 6위(2언더파)로 이틀 연속 돌풍을 이어갔다. 역대 챔피언 중에선 최민철(37·1오버파), 한승수(미국·3오버파), 김승혁(39·4오버파) 등 3명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춘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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