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근력은 ‘삶력’… 푸시업으로 바닥치고 올라올 용기 UP

3 hours ago 6

근육-정신은 끊임없이 상호작용
자기 몸 통제할 때 주체성 체감해… PTSD 회복에도 운동 처방 유효
몸 만들기는 운동의 한 측면일 뿐… 본질은 끊임없는 자기극복과 성장
◇머슬(우리는 왜 우리의 몸을 사랑해야 하는가)/보니 추이 지음·정미진 옮김/332쪽·2만1000원·흐름출판

저자는 ‘근육’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울끈불끈한 골격근을 먼저 떠올리지만, 근육은 신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우리 삶의 중심을 튼튼하게 지탱해 주는 경이로운 기관이라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자는 ‘근육’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울끈불끈한 골격근을 먼저 떠올리지만, 근육은 신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우리 삶의 중심을 튼튼하게 지탱해 주는 경이로운 기관이라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영화 ‘탑건’(1986년)의 명장면이야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본격적인 비행 신이 나오기 전에서 하나만 뽑는다면 톰 크루즈의 비치발리볼 장면을 꼽는 사람이 많다. 상의를 벗은 크루즈와 동료들이 백사장에서 구릿빛 근육을 뽐내며 경기를 펼치는 신이다. 어깨와 이두박근, 가슴 근육이 선명한 20대의 크루즈(1962년생이다) 몸매는 누가 봐도 설렐 정도다. 이 장면이 얼마나 인상 깊었으면, 36년 만에 나온 속편 ‘탑건: 매버릭’(2022년)에선 해변 미식축구 장면으로 오마주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근육’은 육체에만 해당되는 걸까.

저자는 인간이 생명체로서 살아가고 움직이는 데 핵심적인 기관인 ‘근육’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효용과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근육을 단련하기 위한 행위인 운동은 단순히 근육을 키우고 발달시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존재와 씨름하고 행동하며, 인간의 잠재력과 사랑을 비롯한 모든 에너지의 원천을 파고드는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근력 운동은 마음의 회복력을 기르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증명됐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회복 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근력 운동은 사람들이 더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돕는다. 확실히, 눈에 띄게 신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이는 자기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당신은 자신을 주체적인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다.”(3장 ‘무거운 것 들어올리기의 의미’에서)

저자는 근육과 정신은 서로 깊은 연결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골격근은 인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자 내분비 조직이다. 이것이 움직일 때 인지 기분 감정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마이오카인’이라는 단백질 분자가 분비된다.

근육과 뇌는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기에 단 몇 분만이라도 운동을 하면 신체 변화를 일으키는 분자들이 분비되면서 만족감과 행복감이 고양되고 우리의 감정도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 따라서 근육이 성장하면 뇌도 성장한다. 체육 수업이 있는 학교의 아이들이 없는 곳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연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가장 소박하고 단순한 ‘팔굽혀펴기’조차 삶에 대한 태도, 인생과 연관이 있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저자는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하는 이 운동만큼 우리의 삶을 적절히 비유하는 게 또 어디 있겠냐고 역설한다. 그리고 피트니스 운동의 선구자인 잭 러레인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팔굽혀펴기를 하려면 힘이 필요하고, 팔굽혀펴기를 많이 하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운동해”라는 말을 들으면 “이 나이에 무슨…”이 먼저 나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일독을 권한다. 단순히 근육을 키우고, 살을 빼는 차원을 넘어 왜 우리가 우리의 몸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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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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