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댄 모든 것/마쓰모토 도시히코, 요코미치 마코토 지음·송태욱 옮김/304쪽·1만8800원·김영사
이 책의 가장 독특한 관점은 중독을 ‘쾌락 추구’가 아니라 ‘고통의 경감’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술, 담배, 약물, 도박부터 게임, 쇼핑, 소셜미디어까지 여러 중독을 임상적·사회적·철학적으로 해석한다. 단순히 끊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위험 감소’에 초점을 맞춘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절이 아닌 ‘연결’에서 가능하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중독은 회복의 시작이며, 중요한 것은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아는 것.” 요코미치는 도벽, 성 중독, 과식, 알코올에 기대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으면서 중독이 결코 남 얘기가 아님을 증명한다. 마쓰모토는 수많은 의존증 환자를 진료해 온 일본의 권위자. 익명 자조 모임, 가족 지원 프로그램, 민간 재활 시설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며 ‘회복 공동체’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두 사람의 문체는 때로 날것처럼 거칠게 다가오고 때로는 따뜻하게 마음을 파고든다.책의 탄생 배경 또한 흥미롭다. 요코미치를 처음 만난 편집자는 그가 대낮부터 술병을 들고 나타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에 중독 치료 전문인 마쓰모토와 편지 교류를 제안한 게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라고 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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