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국회의장 행사기획자문관(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3일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과 관련해 "대통령은 준비가 돼 있었는데 형식이 받쳐주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탁 자문관은 이날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좋은 질문이 안나올 때 그럼 좋은 질문을 끄집어내려면 좋은 질문을 하는 기자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그럼 특정 기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기자회견 공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추첨한다든지 해서 기회를 주는 게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첨하면 좋은 질문이 나올 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형식이 준비된 사람의 내용을 받아주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기자회견도 좋은 질문을 찾으려면 좋은 기자를 찾아야 하는데 좋은 기자를 특정하는 것은 전체적인 형평성에 맞지 않아 보이고 그 전체적인 형평성을 우선하니까 좋은 질문은 안 나오고 그렇다면 우리가 왜 이런 기자회견을 계속 고집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덧붙였다.
탁 자문관은 "미국 같은 경우는 백악관에 출입하는 기자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면서 "한 기자가 길게는 반평생을 거기에 출입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정책에 대한 이해도나 대통령에 대한 이해도도 높으면서 아주 예리하고 송곳 같은 질문을 하는 기자도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자들 제도는 횡적 평등 이걸 무척 강조한다"면서 "나도 그리고 너도 다 같이 질문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게 좋은 질문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맥 빠진 기자회견이 되는 거고 대통령은 이만큼 준비했는데 이만큼밖에 얘기 못 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 말미에 '너무 치우친 것 같으니 통신사 질문하자'한 것에 대해 "아무래도 이번에 첫 번째 기자회견이고 또 아직 형식적인 고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다 보니까 저런 모습이 연출이 되고 갑자기 뽑다가 또 선정했다가 하나를 더 하겠다고 그랬다가 손든 사람 한 번 더 해보라고 하고 뭐 그런 모습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탁 자문관은 "인수위도 없었는데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30일 동안 적지 않은 일을 해왔다"면서 "그걸 설명하는 기회까지를 가지려고 했던 것은 일종의 자신감도 있는 거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 왜 저걸 이렇게밖에 못 받아주지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형식이라는 건 어떤 걸 보여주는 쇼잉이 아니라 그 말 하려고 하는 사람 혹은 그 주인공이 제대로 자기 의사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걸 말한다"면서 "그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으면 오늘처럼 말을 다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 대통령이) 돌아가서 엄청 답답했을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국민에게 공유하고, 국민통합의 국정을 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는 제목으로 열린 이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회견은 내외신 기자 147명과 풀뿌리 언론 8명 등 총 155명이 참석한 가운데 122분간 진행됐다. 정치·외교·안보·사회·경제·문화 분야에서 15개의 질문이 나왔지만 이른바 '송곳 질문'이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