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피부과 주민숙 교수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탈밍아웃(탈모+커밍아웃)’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걸 그룹 구성원이 모발이식 사실을 담담히 공개하는 등 탈모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확실히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탈모는 ‘남성들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모 개그우먼이 전혀 예상치 못한 탈모 진단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여성형 탈모는 남성형 탈모와 마찬가지로 ‘안드로젠 성 탈모’에 속하지만, 임상적 특징은 뚜렷이 다르다. 남성형 탈모는 주로 이마의 양쪽 헤어라인이 후퇴하거나 정수리 부위가 눈에 띄게 비어가는 형태로 진행되는 반면, 여성형 탈모는 헤어라인은 유지된 채 정수리와 가르마를 중심으로 모발의 굵기와 밀도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초기에 탈모를 인지하지 못하고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여성형 탈모는 사춘기 이후 어느 나이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특히 40~50대 폐경기 전후의 여성에서 가장 흔히 나타난다. 보통은 미용실에서 스타일리스트가 언급하거나, 주변 사람의 지적으로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머리를 묶을 때 손에 잡히는 머리숱이 줄었다고 느껴 병원을 찾기도 한다.
여성형 탈모는 주로 병력 청취와 임상적 소견으로 진단한다. 경우에 따라 기저질환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특히 생리불순, 심한 여드름, 가슴과 배의 다모증, 콧수염 증가 등 안드로젠 과다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내분비적 이상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추가 검사도 필요하다. 대부분은 두피는 정상 소견을 보이지만, 지루피부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인설과 홍반을 관찰할 수 있다. 여성형 탈모는 일반적으로 천천히 진행되므로, 탈모가 갑자기 심해지거나 두피의 가려움, 통증, 피부 변화 등이 동반된 경우에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모발 당김 검사는 임상에서 쉽게 시행할 수 있는 검사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약 50~60가닥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잡아당겨서 시행한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1~5가닥 이하의 모발만 빠지며, 그 이상의 모발이 쉽게 빠지는 경우를 양성으로 판단한다. 여성형 탈모의 경우 대개 음성 소견을 보인다. 만일 양성일 경우 다른 탈모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더모스코피(피부 표면과 진피의 일부를 10~50배까지 확대해서 관찰할 수 있는 장비)라는 비침습적 검사를 많이 활용하는데, 이를 통해 두꺼운 모발과 가는 모발이 섞여 있는 소견(모발 지름의 다양성)이 20% 이상 증가한 것이 확인되면 여성형 탈모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여성형 탈모의 치료는 조기에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은 미녹시딜이다. 미녹시딜은 바르는 국소제와 복용하는 경구제, 두 가지 형태로 사용된다. 국소제는 2% 또는 5%의 용액이나 폼 형태로 하루 1~2회 바르며,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다만 사용 초기에 일시적으로 탈모가 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모발 성장이 촉진되는 신호이므로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저용량 경구용 미녹시딜은 국소제보다 사용이 편리하고, 두피 자극 등 국소 부작용이 없어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후에 치료를 계획해야 한다. 안드로젠 과다증상이 동반된 경우 남성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안드로젠제인 스피로놀락톤을 처방하며, 폐경 이후 여성에게는 피나스테라이드나 두타스테라이드 등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비약물 치료법으로는 저출력 레이저 치료와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가 있다. 이들은 약물 치료와 병행할 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 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탈모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 모발이식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스트레스 관리,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두피 관리 등 생활 습관 개선도 치료의 중요한 요소이다. 무엇보다 여성형 탈모는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머리숱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현명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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