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덕 봤다면 해외 소득도 세금 낸다…소득세법의 거주자 개념이란 [이창의 유용한 세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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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덕 봤다면 해외 소득도 세금 냅니다... 소득세법의 거주자 개념이란 [이창의 유용한 세금 이야기]

어느 사업가가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하면서 소득을 얻는다면, 우리나라 과세관청에 어느 범위까지 소득을 신고하고 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국한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다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요.

위와 같은 물음에 대한 대답을 위해서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은 소득세법상 '거주자'입니다. 소득세법에 의하면 어느 납세자가 거주자에 해당하는 경우,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하여 관할 세무서에 소득세 과세표준을 신고하고 그에 따른 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합니다.

반면 어느 납세자가 거주자가 아닌 경우(소득세법상 '비거주자')에는 그가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소득(소득세법상 '국내원천소득')에 대하여만 소득세 과세표준을 신고하고 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하면 전 세계 소득에 대한 납세 의무를 부담하고, 비거주자이면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만 납세 의무를 부담합니다.

우리나라 덕을 보고 있는가가 과세 핵심

그렇다면 어떤 요건을 갖추면 거주자로 취급될까요? 소득세법상 요건을 요약하자면,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경우'에 거주자로 인정됩니다. 거소는 체류일수의 개념으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국내에 주소를 두었다고 볼 기준은,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는지, 국내에 자산이 있는지, 일정 기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등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을 종합해 판정합니다. 거소를 둔 기간은 국내 체류일수로 판정되므로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있는 반면, 주소의 존재 여부는 그 기준이 거소보다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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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납세자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납세 의무를 지우려면, 그가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에서 소득을 얻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덕을 보고 있다'는 점이 수긍돼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국방, 치안, 사회기반시설 등을 제공해 납세자나 그 가족의 생명·재산을 지켜주고, 납세자의 소득 활동 기반이 되어 준다는 점이 그의 전 세계 소득에 대한 과세 근거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득세법상 거주자 인정 요건이라는 것도 그가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따집니다. 즉, 그가 전 세계에서 소득 활동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지원이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점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거주자 인정 요건 넓히면 세수 증대?

나라마다 자국의 세법상 거주자로 인정하는 요건은 조금씩 다릅니다. '국적'을 기준으로 거주자로 인정해 버리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핏 우리도 대한민국 국적자를 거주자로 인정하면 세수(稅收) 차원에서 좋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대다수 국가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전 세계 소득을 신고하고 소득세를 강제하면, 이는 자산가들이 그 나라 국적을 버리도록 유도하게 됩니다. 오히려 세수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미국의 경우 전 세계 어디에라도 군대를 보내 자국 시민을 구해올 수 있는 특수한 국가이므로, 다른 나라가 흉내낼 수 없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거주자 인정 요건을 넓게 잡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 소득세법도 과거에는 2과세기간, 즉 2년에 걸쳐 1년 이상 거소를 두면 거주자로 판정하다가(연간 183일로 현행법과 비슷합니다), 2015년에는 2과세기간에 걸쳐 183일 국내에 거소를 두면 거주자로 인정하겠다고 법 개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역외 탈세를 막겠다면서 거주자 인정 요건을 획기적으로 넓힌 것이었지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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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단기간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그로 인해 재외동포의 국내 투자 의욕을 꺾어 장기적으로는 세수도 줄고 국익에도 반한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정부는 다시 소득세법을 개정해 2018년부터는 1과세기간 중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경우 거주자로 인정되도록 하여, 다시 거주자 인정 범위를 좁혔습니다.

과세 당국이나 법원이 '거주자 인정 범위를 넓게 보겠다'는 입장을 가지면 눈앞의 과세는 유지될지 몰라도, 길게 보면 재외동포 자산가들이 고국에 대한 왕래나 투자를 꺼리게 될 수 있습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개인의 국내 주소 존부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쉽게 인정하거나 일관성 없이 인정하기 시작하면, 국외 기반 자산가들이 우리나라에서 납세 부담을 지게 될 리스크를 우려해 국내 투자를 꺼리게 될 것입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에 상속·증여 재산 변동까지

납세자가 거주자로 인정되면, 전 세계 소득에 대한 소득세 납세 의무만 부담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신고 의무도 부담해야 합니다.

거주자는 신고 대상 연도의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해외금융계좌 전체 잔액 합계가 5억원을 초과하면 과세관청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를 미이행하면 최대 미신고 금액의 20%까지 과태료를 부담할 수 있고, 규모가 큰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덕 봤다면 해외 소득도 세금 냅니다... 소득세법의 거주자 개념이란 [이창의 유용한 세금 이야기]

소득세법상 거주자 여부에 따라 과세 대상 상속재산이나 증여재산의 범위도 크게 달라집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거주자인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피상속인이 거주자이면 그의 국내외 모든 상속재산이 과세 대상이 됩니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면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만이 과세 대상입니다. 증여세는 수증자가 거주자인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수증자가 거주자이면 국내외 모든 증여재산이 과세 대상인 반면, 수증자가 비거주자이면 국내에 있는 증여재산만 과세 대상입니다.


한국 덕 봤다면 해외 소득도 세금 냅니다... 소득세법의 거주자 개념이란 [이창의 유용한 세금 이야기]

이창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 |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세법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법무법인 남산에 입사 후 지금까지 조세전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역외탈세·국제조세·법인세·종합소득세 등 수백건의 조세심판 및 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자문을 제공했다. 국세청 조세법률고문,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홍익대 법과대학에서 2년간 세법·세법연습 과목을 가르쳤고, 국세청·관세청 공무원 대상으로 강의했다. 조세법연구 등 세법 분야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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