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만난 예술가, 새 길을 찾다…퐁피두센터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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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도시 위성사진 위로 갖가지 모양의 하얀 도형들이 떠 있다. 잠시 뒤 가지런했던 도형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가느다란 선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난다. 마치 실타래가 풀리듯 수많은 선이 겹치고 뒤엉키면서 화면 곳곳에 기묘한 무늬를 만들어 낸다. 이 무늬는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추미림 작가의 ‘새로운 경로를 탐색합니다’는 인공지능(AI)을 통해 확장된 인간 예술가의 창작 과정을 탐구한 작품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개막한 전시 ‘애즈___애즈 파서블’(AS___AS POSSIBLE)에서 선보였다. 추 작가는 먼저 손수 그린 그림 10점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넣고 한 그림이 다른 그림으로 자연스럽게 변하도록 영상을 만들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AI의 도움을 받아 선을 연결하는 순서와 움직이는 시간을 바꿀 수 있는 새 프로그램을 제작해 영상을 수정했다. 컴퓨터가 정해준 길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셈이다.작품 제목은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안내 문구에서 따왔다. 추 작가는 “AI가 없었다면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림의 변화를 수정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라며 “(예술가가 AI를 만난다는 건) 길을 잃는 순간이면서 동시에 다른 길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한화문화재단은 ‘클로드’로 유명한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과 손잡고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 국내 작가 5팀이 신작을 선보인다. 앤스로픽이 한국 문화예술재단과 협업하는 건 처음. 작가들이 AI의 판단 과정을 이해하고 인간이 개입할 가능성을 탐색하거나, AI와 관련된 문제를 예술 작품으로 풀어낸 시도가 흥미롭다.정가희 작가의 ‘103 얼리 힌트’(103 Early Hints)는 작은 모니터 103개에 서로 다른 영상과 음악을 담았다. 관객은 수많은 화면에서 정보를 얻지만, 이를 모두 보거나 이해하기는 어렵다. AI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내놓더라도 수용도는 천차만별인 현실에 대한 은유다. 정 작가는 “기술과 과학이 빨리 발전할 때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고 했다.염인화 작가의 ‘찬드라 연대기: 인 뉴로버스’는 관객이 바퀴 달린 장치를 밀고 말을 걸면 증강현실(AR) 속 가상의 존재들과 대화할 수 있는데, 이들과의 소통을 AI가 돕는다. AI가 추구하는 최적의 성능이나 인간이 정한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특성의 존재들이 공존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염 작가는 “사람 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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