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기술 중심 연구를 넘어 투자와 인문학, 조기 인재 양성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혁신 모델을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 산업 전략을 기반으로 연구실 기술의 사업화, 철학 기반 교육, 영재학교 설립까지 추진하며 미래 산업 생태계 전반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술사업화와 투자 생태계 구축이다. GIST가 2023년 설립한 기술지주회사 지스트홀딩스는 2025년 한국모태펀드 정시 1·2차 출자사업에 모두 선정되며 총 75억원 규모의 펀드 운용을 확정했다.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두 차례 출자사업에 모두 선정된 사례는 드물다. 지스트홀딩스는 AI·바이오·광(光)레이저 등 GIST의 3대 딥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초기 창업기업 투자에 나선다. 기업당 최대 3억원 규모의 투자와 정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TIPS 연계를 통해 빠른 사업화를 지원하는 구조다.
1호 펀드인 ‘광주 딥테크 이노베이션 펀드’는 기술 기반 초기 창업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며 2호 ‘대학창업펀드’는 석·박사 중심 실험실 창업을 집중 육성한다. 핵심은 단순 투자 기능이 아니라 연구실 기술이 창업과 투자, 재투자로 이어지는 자립형 딥테크 생태계 구축이다.
설립 1년4개월 만에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것은 GIST가 기술사업화와 투자 생태계 측면에서도 빠르게 구조를 갖춰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GIST는 기술 중심 대학의 한계를 넘어 인문학 교육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하버드대학교 출신인 안강훈 교수와 강진호 교수를 잇달아 영입해 동양철학과 예술철학, 언어철학, AI 철학 분야 교육 기반을 확충했다. 안 교수는 비교철학과 예술철학을 중심으로 기술과 인간, 예술을 연결하는 통합적 사유를 강의한다. 강 교수는 언어철학과 AI 철학을 통해 AI 시대 지식과 인식의 본질을 탐구한다.
GIST 관계자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해석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사유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GIST는 AI 인재를 조기 양성하기 위해 AI영재학교 설립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 765억원을 투입하는 AI영재학교는 GIST 인근에 조성된다. 오는 2027년 개교를 목표로 전국 단위 학생을 선발해 3개 학년 총 150명 규모로 운영한다. 전 과목 AI 융합 교육을 기반으로 학점제와 무학년제를 도입하고, GIST 연구 인프라와 연계한 프로젝트형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고교 단계부터 실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해 영재학교에서 과학기술원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AI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GIST 관계자는 “조기 인재 양성으로 AI·반도체 분야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인재 양성 거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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