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복지부 산하기관 “치료 효과 근거 부족… 권고 안함” 결정에도, 암환자 비급여 면역주사 권하는 병원

1 day ago 4

요양병원 “재발 방지” 수백만원 주사
면역주사 실손 청구액 1년새 21%↑
기관-학회 의견으론 처방 제한못해
“지급 중단” 보험사와 환자 갈등도

충남 천안시에 사는 폐암 4기 환자 이모 씨(53)는 최근 요양병원에서 300만 원을 들여 두 달간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주사 ‘싸이모신알파1’을 맞았다. 요양병원은 “암 재발을 막아준다”며 주사를 적극 권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의연)이 지난해 “암 환자에게 치료 효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발표한 주사이지만, 이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이 씨는 “면역주사를 맞아야 합병증 없이 회복한다고 들었는데 효과가 없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암 환자들이 효과가 불확실한 이른바 ‘면역주사’(면역 증강제)를 맞고 보험사에 청구한 실손보험 규모가 올 1분기(1∼3월)에만 5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허가를 받았지만 추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의약품에 대한 재평가를 서둘러 환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면역주사 실손 청구 1년 새 21% 늘어

8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대형 손해보험사 5곳에 접수된 면역주사 실손보험 청구액은 516억3712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늘었다. 이 중 싸이모신알파1이 401억4697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비스쿰알붐 95억3050만 원, 이뮤노시아닌 19억5965만 원 순이었다. 면역주사는 비급여 의약품 가운데 진료비 비중이 가장 크다. 싸이모신알파1이 지난해 비급여 의약품 진료비 1위였고 비스쿰알붐과 이뮤노시아닌도 각각 7, 8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암 환자에게 이런 면역주사의 효과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보의연은 지난해 7월 의료기술재평가에서 3가지 주사에 대해 “암 환자의 종양 치료 및 재발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비스쿰알붐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에선 ‘항악성종양제’로 분류됐지만 여러 연구에서 생존율을 개선하고 암 재발을 막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싸이모신알파1은 고령자가 독감 백신을 맞을 때 면역력을 높여주는 보조 요법이다. 이뮤노시아닌도 방광암 항암제로 허가 받았지만 보의연은 실제 효과가 없다고 평가했다. 대한암학회도 “항암제가 10개도 되지 않던 시절 허가된 의약품들로, 해외 주요국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 재평가 늦어지는 사이 ‘환자-보험사’ 갈등만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암 환자들에게 이런 면역주사를 권하고 있다. 보의연과 암학회 의견은 권고에 불과해 병원 처방을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남 화순군의 한 요양병원장은 “면역주사는 항암, 방사선 치료, 수술 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치료”라며 “환자의 선택권과 진료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보험사가 치료 효과 근거가 부족하다며 보험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환자들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연구 결과에 반발해 보의연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암 환자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치료를 받으려고 한다”며 “면역주사 처방의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항암제 연구 속도에 맞춰 과거 허가받은 의약품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스쿰알붐은 1997년, 싸이모신알파1은 2000년, 이뮤노시아닌은 2002년 허가를 받았다. 신준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이뮤노시아닌과 비스쿰알붐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먼저 해제한 뒤 임상 재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독 >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사설

  • 임용한의 전쟁사

    임용한의 전쟁사

  • 정치를 부탁해

    정치를 부탁해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