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올해로 서른 살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 BIFF)가 오늘(17일)부터 열흘 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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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앞에 상영작 포스터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1) |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늘 오후 6시부터 레드카펫 행사와 함께 진행되는 개막식으로 화려한 포문을 연다. 영화제는 오늘부터 폐막식인 오는 26일까지 열흘 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 상영 편수는 공식 초청작이 64개국 241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포함 총 328편으로 30주년의 권위에 걸맞게 여느 해보다 초청작들이 풍성하다.
올해의 가장 큰 변화는 국제 경쟁 부문 ‘부산 어워드’의 신설이다. 부국제는 영화제 출범 후 30년 만에 경쟁 영화제로 도약을 선언했다. 이는 비경쟁 영화제일 당시 운영했던 뉴커런츠, 지석 부문을 통합하고 확장한 부문이다. 사무국 내부에서 기존 뉴커런츠와 지석 부문의 실효적 가치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거쳐 경쟁 부문으로 새롭게 거듭난 것.
14편이 초청돼 치열한 트로피 경쟁을 펼칠 예정이며 시상은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을 진행한다. 경쟁 부문 작품은 국내 작품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을 비롯해 △고양이를 놓아줘(일본) △광야시대(중국, 프랑스) △다른 이름으로(한국) △또 다른 탄생(타자키스탄, 미국, 카타르) △루오무의 황혼(중국) △소녀(대만) △스파이 스타(프랑스, 스리랑카, 인도)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일본) △여행과 나날(일본) △왼손잡이 소녀(대만) △지우러 가는 길(한국) △충충충(한국) △허락되지 않은(이란)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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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스틸컷. (사진=위드에이스튜디오) |
수상 결과는 26일 폐막식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폐막식 당일 오전 열릴 기자회견에서도 수상작을 공개하지 않는다.
‘곡성’, ‘호프’의 나홍진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배우 한효주, 이란 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 등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 7인이 수상작을 가린다.
박광수 이사장은 “경쟁 부문 작품 전체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부국제에서 처음 공개되는 영화들도 많다. 이 영화들 다 부산영화제에서 아시아인의 시선으로 재평가될 것이다. 심사위원에는 아시아인이 아닌 분도 참여 중이다. 물론 한 번에 첫 해에 잘 완성될 걸 기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을 밝혔다.
개막작에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포문을 연다. 2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된 ‘어쩔수가없다’는 잘 나가는 제지회사를 다니던 직장인 만수(이병헌 분)가 갑작스런 해고로 재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는 고군분투를 그린 블랙 코미디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는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을 선정했다. 한국영화공로상은 정지영 감독, 샤넬과 함께 제정한 까멜리아상은 실비아 창 감독이 받는다.
매년 2~3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였던 부국제는 3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5개로 늘려 준비했다. 아시아 영화사를 빛낸 9명의 거장 감독들과 배우들을 초청, 그들의 작품 10편을 선보이는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을 비롯해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 세계적인 배우 줄리엣 비노쉬에를 주목한 ‘줄리엣 비노쉬, 움직이는 감정’도 마련했다. 한국 신예 여성 감독 5인을 조명한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도 선보이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국내외 영화 및 문화계 명사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영화를 직접 선정해 관객과 대화하는 ‘까르뜨 블랑슈’도 기획했다.
세계적 거장들의 최신작을 만날 수 있는 아이콘 섹션 부문도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했다. 지난해 기준 17편에서 올해 33편으로 확장됐다.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할리우드판 리메이크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신작 ‘부고니아’가 이 부문에서 아시아 최초 상영된다. 콜린 퍼렐, 마고 로비 주연 ‘빅 볼드 뷰티풀’, 양조위와 레아 세이이두가 열연을 펼친 ‘사일런트 프렌드’,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 다르덴 형제 신작 ‘엄마의 시간’ 등을 부산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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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박찬욱, 매기 강 감독. (사진=로이터, 넷플릭스) |
부국제의 서른돌을 기념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각국의 거장과 스타들도 총출동한다. 할리우드 배우 밀라 요보비치, 프라스 배우 줄리엣 비노쉬를 비롯해 대만의 허광한, 계륜미, 서기, 홍콩 양가휘, 일본 와타나베 켄, 야기라 유야 등 각국의 스타들이 방문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이병헌, 윤여정, 손예진, 한효주, 강동원, 하정우, 한소희, 전종서 등 국내 스타들 역시 부산에 집결해 다양한 행사들로 관객들과 소통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감독 및 해외 영화제 수상을 휩쓴 세계적 거장들도 자리를 빛낸다. 국내에선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김지운, 류승완, 나홍진, 장준환, 정지영 감독 등이 출격해 부국제의 30주년을 축하한다. 해외 감독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올해로 80세가 된 이탈리아의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가 생애 첫 아시아 영화제 방문지로 부산을 택했다. 이밖에 마이클 만, 션 베이커, 기예르모 델 토로, 지아장커, 두기봉 등이 참석한다. 넷플릭스 역대 흥행 콘텐츠 1위를 새로 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매기 강 감독도 부산을 찾는다.
부국제 기간 열리는 ‘2025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도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벡스코 제2전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병행 개최한다. 20주년을 맞은 ACFM은 올해 콘텐츠와 기술의 융합 및 국제 네트워킹 강화를 기조로 한층 확장된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 이노아시아(영상 산업과 혁신기술 연계 플랫폼), △ 디 에이(The A·아시아 콘텐츠 관계자들의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 △ 독 스퀘어(Doc square·다큐멘터리 분야 공동제작, 배급 지원 플랫폼), △ 아시안 시네마 펀드(Asian cinema fund·국제공동제작 활성화 펀드 소개)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