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으로 재입사했는데"…2년 만에 해고된 이유 [김대영의 노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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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인 한 재단은 국가·지자체 위탁사업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사업을 따오면 그에 맞춰 인력을 뽑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사업이 끝나면 필요한 인력도 매번 변동이 생겨서다. 인건비도 사업별 예산 안에서 편성됐다. 이에 재단은 각 사업에 필요한 인원을 기간제 계약직으로 채용해왔다.

재단 근로자 A씨도 2021년 특정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입사했다. 그는 해당 사업이 만료될 때까지 2년 반가량 일한 다음 퇴사했다. 이후 재단이 다른 사업에 필요한 계약직원을 모집하자 다시 지원했다. 면접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돼 면접위원들은 A씨의 과거 근무 이력을 알 수 없었다. 결국 A씨는 신규 채용절차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 퇴사 한 달 만에 다시 재단으로 돌아왔다.

'계약기간 2년' 족쇄에 방출…법적 분쟁으로 비화

문제는 재입사한 지 2년이 다가오면서 불거졌다. 당시 A씨가 투입된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였다. A씨도 별다른 문제 없이 근무를 이어갔다. 하지만 재단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A씨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했다. 과거 2년 넘게 계약직을 사용하다 기간제법 위반으로 지적받은 뒤 사업기간과 무관하게 계약기간 2년을 넘겨 연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꿔서다. 재단도 앞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총 계약기간이 2년을 넘을 수 없다고 안내했다.

A씨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A씨의 핵심 주장은 퇴사와 재입사가 '형식'에 불과하다는 것. 최초 입사 때부터 실질적으로 근로관계가 이어졌던 만큼 2년을 초과한 시점에 이미 기간제법 규정상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가 됐다는 취지였다.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또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 이른바 '갱신기대권'이 형성된 만큼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 거절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단 입장은 달랐다. A씨는 기존 근로계약 종료 후 새 사업 채용절차에 지원한 방식이었던 데다 블라인드 면접을 거쳐 선발됐기 때문에 앞선 근로관계와 이후 근로관계는 '별도 계약'이라고 항변했다. 또 계약직 근로계약은 2년을 초과해 연장될 수 없다는 방침을 명확히 고지한 점을 들어 A씨가 갱신기대권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신규 채용 재입사 땐 근로계약 단절…'갱신기대권' 부정

25일 노동실무 연구모임 흥미로운연구소에 따르면 이 사안의 법적 쟁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한 달 공백 뒤 이뤄진 재입사가 기존 계약의 단순 반복·갱신인지, 아니면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가 첫 번째 쟁점이다. 두 번째 쟁점은 취업규칙·근로계약·계약 갱신 관행 등을 종합할 때 A씨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기간제법은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 업무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처럼 예외가 있을 때만 2년을 넘겨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외 사유가 없거나 소멸했는데도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본다.

노동위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주장이 인정되려면 재입사 절차가 형식에 불과해야 한데, 재단은 블라인드 면접 등을 거쳐 실제 신규 채용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A씨 채용이 이미 내정됐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갱신기대권 주장도 배척됐다. 취업규칙·근로계약엔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이 없었고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 계약은 2년을 초과해 연장될 수 없다는 점이 명시됐다.

법 지키려면 '해고' 불가피…"기간제법 취지 역효과"

이 사례는 기간제법을 준수하는 것 자체가 '고용 종료' 사유가 되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출연기관은 정원·예산 통제를 받는데 기간제법 위반으로 의도하지 않은 무기계약 전환이 발생할 경우 방만 운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기간제를 계속고용하지 못하고 내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용자 입장에선 한시적 사업이라도 실제 업무가 다른 사업과 섞이거나 특정 사업만을 위한 채용이라는 점이 불명확하면 자칫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2년을 초과해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 사유로 인정받을 수 없는 탓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계약기간 상한, 갱신 기준, 채용절차의 실질성을 문서·절차로 남겨야 한다. 법을 지키기 위한 계약 종료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만큼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연경 노무법인 시선 노무사는 "사용자는 갱신기대권이 형성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다. 재단 측도 사업 성격을 불문하고 계약연장 상한을 2년으로 제한하면서 근로자들에게 주지시켰는데 이러한 방침을 비난할 수는 없다"며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법을 위반하거나 법 위반에 대한 신뢰를 부여해 고용부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이 없었다면 이 계약은 연장됐을 개연성이 높다. 법 준수를 위한 불가피한 계약 종료가 근로자와 사용자에게 모두 유익하지 않았다"면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를 '지향'하는 기간제 사용 제한이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안전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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