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모님’ [횡설수설/우경임]

8 hours ago 3

아이를 키울 때 스마트폰만 한 ‘이모님’이 없다.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을 만큼 재미있게 놀아 주지만 공짜나 다름없다. 아이가 울면 눈치 보이는 식당, 꽉 막힌 도로, 순서가 밀린 병원에서 스마트폰은 군말 없이 육아를 돕는다. 스마트폰이 ‘이모님’을 자처하면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입문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연구소에 따르면, 영유아 400명 중 약 51%가 24개월이 되기도 전에 스마트폰 사용을 시작했다. 생후 12개월 이전도 약 14%나 됐다. ▷만 2∼3세는 뇌가 성인의 80%까지 폭발적으로 자라는 시기다. 이 시기에 스마트폰을 쥐여 주고 영상을 틀어 주면 아이는 상호작용 없이 일방적인 자극만 경험한다. 시각 정보에만 과도하게 노출되면 뇌가 고르게 발달할 수 없다. 강렬한 시각 자극에만 반응하고, 일상적인 자극에는 무덤덤해지는 ‘팝콘 브레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나중에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한 아이로 자라날 가능성도 커진다. 이 시기에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알아듣지 못해도 끊임없이 말을 걸고, 다양한 질감의 장난감을 만져 보도록 하며 놀아 주는 이유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18개월 미만은 영상을 보여주지 말고, 2∼5세는 교육적인 목적의 프로그램에 한해 하루 1시간 이내로 권고한다. 영유아용 영상을 시청한 8∼16개월 영아는 부모와 언어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줄어 이해하는 단어가 6∼8개 적었다는 연구 등에 근거한 지침이다. 같은 연구에서 책을 읽어 주더라도 영상을 보여 주면 언어 습득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가 스마트폰을 스스로 집어 들 리는 없다. 그렇다고 부모 탓만 할 수도 없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한다 해도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를 쓰고, 공공장소 어디서나 영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AAP는 올해 미디어 사용 지침을 개정하면서 빅테크 기업의 책임을 묻고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를 기본 설정으로 할 것, 아동 데이터 수집과 맞춤형 광고를 제한할 것, 무한 스크롤과 팝업 같은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아이에게 일찍 스마트폰을 보여줬더라도 지레 낙담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아이의 뇌는 아직 말랑말랑하다. 영상을 끊고 다른 자극을 주어 해당 부위가 활성화되면 기능이 개선된다. AAP는 “영아는 현실 공간에서 상호작용으로 배운다”며 함께 놀아 주기, 가족 공용 기기 사용하기, 영상 없는 시간과 공간 정하기,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 사용...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