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샤인’ 美 ‘엘 캐피탄’보다 20% 빨라
수입 못하는 GPU 대신 CPU 전용 슈퍼컴
트럼프 ‘제네시스 미션’ 출범에도 역전 허용
중국 선전에 구축된 거대 컴퓨팅 시스템 라인샤인(LineShine)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선정됐다. 이로써 중국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컴퓨팅 왕좌를 탈환했으며, 과학, 국가 안보 및 지정학적 측면에서 치열해지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GPU 없이 CPU만으로 이뤄낸 혁신적 설계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 순위를 매기는 Top500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테네시 대학 교수 잭 동가라 박사는 최근 선전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방문해 라인 샤인이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임을 검증했다.
테스트 결과, 라인샤인은 2024년 11월부터 1위를 지켜온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엘 캐피탄(El Capitan)보다 20% 이상 빠른 연산 속도를 기록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기술적 특징은 표준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전용 슈퍼컴퓨터라는 점이다. 최근 대부분의 최첨단 슈퍼컴퓨터가 대규모 연산 처리를 위해 엔비디아의 특수 목적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의존하는 반면, 라인샤인은 오직 CPU만으로 구동된다.
대신 이들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의 명령어 세트를 기반으로 독자 설계된 칩을 사용했으며, 90개의 하드웨어 캐비닛에 걸쳐 약 1400만 개의 코어가 탑재되었다.
통합 가속 회로를 통해 라인샤인은 CPU와 GPU의 역할을 분리하지 않고, 행렬 및 벡터 계산을 가속하는 특수 회로를 칩 내부에 직접 내장해 막대한 연산을 처리한다.
동가라 박사는 “GPU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우리를 앞질렀다”며, “이는 인공지능(AI)과 전통적인 과학 연구를 결합하는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인상적인 설계”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의 ‘허점’ 노출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기술 추격을 막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고 AI 칩 및 GPU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GPU가 아닌 표준 마이크로프로세서(CPU)를 활용해 초고속 슈퍼컴퓨터를 완성함에 따라, 미국의 제재 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캘리포니아 대학 글로벌 분쟁 및 협력 연구소의 지미 구드리치 선임 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CPU 수출 및 제조에 대해서도 더 강력한 통제를 가해야 한다”며 “이는 현행 규제의 명백한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이번 성과가 놀랍긴 하지만, 미국 AI 연구소들이 구축한 대규모 상업용 AI 슈퍼컴퓨터의 효율성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1월 국립 연구소와 민간 기업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AI 및 과학 연구를 가속화하는 ‘제네시스 미션’을 출범시킨 바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초대형 슈퍼컴퓨터 시장을 장악해 왔지만, 외국 시스템이 때때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시스템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최첨단 과학 연구 및 시뮬레이션 활용 예상
상업용 AI 시스템이 이미지 식별 등을 위해 4비트 또는 8비트의 낮은 정밀도로 단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한다면, 전통적인 슈퍼컴퓨터는 기후 모델링이나 핵무기 설계 등 고도로 복잡한 과학 연산을 위해 64비트 데이터 기반의 고정밀 수학을 사용한다.
동가라 박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라인샤인은 이미 다음과 같은 최첨단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대기, 해양, 육지 및 빙하를 아우르는 정교한 지구 기후 시뮬레이션과 고도로 복잡한 인간 뇌 시뮬레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선전의 연구진은 과학 분야의 난제 해결을 기리는 ‘고든 벨상(Gordon Bell Prize)’에 14건의 연구 결과를 제출했으며, 현재 과학 및 기후 부문에서 각각 3개의 시스템이 최종 후보로 선정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세계 1위 수준의 머신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오랫동안 추측해 왔으나, 최근 몇 년간 중국 연구소들은 미국의 견제를 의식해 Top500 순위 등재를 위한 테스트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
인터섹트360 리서치의 애디슨 스넬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1위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보다, 그들이 다시 ‘공식적인 인정’을 받기를 원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동가라 박사는 “라인샤인이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설계자들이 Top500 테스트 결과를 제출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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