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의 전시공간 S2A는 ‘한국 여성 작가 조명’이란 정체성을 내세운다. 2022년 글로벌세아그룹이 개관했다. 갤러리 관계자는 “여성 작가 조명은 여성복 등 의류 제조·수출 사업으로 출발한 그룹의 성격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지금 S2A에서 열리고 있는 그룹전 ‘유영하는 선(線)’은 그 첫 전시다. 전시는 박인경(99), 차명희(78), 김미영(41), 엄유정(40) 등 네 명의 여성 작가를 조명한다. 박인경은 프랑스에서 현역으로 작품 활동 중인 노(老)작가. 그의 작품 세계는 이응노 화백의 부인이라는 타이틀, 백건우·윤정희 납치미수 사건 등 주변 서사에 가려져 있었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담한 구성, 생략, 능숙한 붓질에만 주목한다.
차명희 작가는 서울대 동양화과에서 서세옥 화백을 사사한 뒤 40년 넘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전통적인 수묵화에 아크릴과 목탄 등 서양 재료를 더해 특유의 호흡과 강약을 만들어낸다. 김미영 작가는 유연한 붓질로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냈다. 독특한 질감이 특징이어서 실제로 감상했을 때 온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엄유정 작가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잎’이 대표적이다. 앙상한 가지와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을 달고 있지만 곧 다가올 봄에는 꽃망울을 터뜨릴, 겨울나무에 숨겨진 생명력이 과감한 선으로 표현됐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