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절레절레…속터지는 '서울 공공 와이파이'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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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덕수궁 근처에 있는 서울시 무료 와이파이 안내 표지 옆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최영총 기자

25일 덕수궁 근처에 있는 서울시 무료 와이파이 안내 표지 옆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최영총 기자

서울시가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 지도에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인근에 실외 공공 와이파이 구역 세 곳이 안내돼 있다. 25일 이 일대에서 접속을 시도해 보니 세 곳 모두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다. 접속되더라도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거나 10초 안에 연결이 끊기기 일쑤였다. 인근 시청역 덕수궁 주변의 한 공공 와이파이 구역은 비교적 연결 상태가 양호했지만 10m 정도 이동하면 접속이 해제됐다. 광화문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씨(34)는 “와이파이가 잡혀도 인터넷이 거의 안 되는 수준”이라며 “결국 연결을 끊고 데이터를 쓰게 된다”고 말했다.

◇ 외국인 관광객도 ‘외면’

공공 와이파이가 시민 편의를 위한 무료 통신 인프라라는 취지와 달리 접속 불량과 속도 저하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시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버스, 관광지 곳곳에 설치됐지만 접속 오류와 느린 속도 탓에 시민은 물론 한국의 빠른 통신 환경을 기대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외면받는 분위기다. 예산 한계까지 겹치면서 공공 와이파이가 ‘무늬만 무료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도 절레절레…속터지는 '서울 공공 와이파이' 민낯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 와이파이는 지난달 기준 3만5318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공원, 전통시장 등 고정형은 2만6270대, 버스 등 이동형은 9048대로 집계됐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관광지와 번화가의 공공 와이파이는 이용자가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속도가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명동, 홍대 인근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영상이나 지도 서비스가 원활하게 실행되지 않아 관광객 사이에서도 활용도가 낮은 모습이다. 명동 인근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기코 하네사는 “입국 전 일본에서 휴대용 와이파이 공유기인 ‘포켓 와이파이’를 빌려왔다”며 “서울시 공공 와이파이도 연결해봤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서울시 공공 와이파이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광화문광장 분수대 인근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출신 캄포스 에르난데스는 데이터 사용 방법을 묻자 “e심(eSIM)을 이용하고 있다”며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가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지하철 공공와이파이를 둘러싼 불만도 적지 않다.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 보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공 와이파이 자동 연결을 피하는 방법을 묻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집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해놓고 쓰다가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면 자동으로 공공 와이파이에 연결되면서 인터넷 속도가 확 느려진다”며 “영상 재생, SNS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이동 중에는 아예 와이파이 기능을 꺼놓고 다니는 편”이라고 말했다.

◇ 市 예산은 15.7% 감축

공공 와이파이 운영 예산이 해마다 빠듯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비 교체와 품질 개선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스마트도시 통신인프라 구축 예산은 지난해 88억330만원에서 올해 74억1474만원으로 15.7% 감소했다. 예산은 공공 와이파이 구축과 장비 설치·교체, 유지·보수 등에 사용된다.

서울시는 올해 이 예산으로 공공 와이파이 장비 450대를 교체할 계획이다. 여기에 민간 통신사업자를 통해 버스정류장 와이파이 1570대를 추가 교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지만, 서울 전역에 설치된 전체 공공 와이파이 규모를 감안하면 교체 물량은 많지 않은 수준이다.

속도 향상과 함께 와이파이 공유기 가격이 비싸지는 추세여서 예산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책정한 공공 와이파이 장비 교체 단가는 대당 407만원이다. 앞으로 통신 속도 개선을 위해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인 와이파이7 기반 장비를 도입할 경우 예산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 관계자는 “공공 와이파이 품질을 높여나가기 위해 와이파이7 공유기로 교체하는 방안을 통신사와 협의하고 있다”며 “공공 와이파이 설치 대수를 늘리는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노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영총/류병화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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