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숲 하나가 기후위기 막는다… 인간-자연 공존만이 살 길[기고/이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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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국립생태원장

이창석 국립생태원장
‘세계 환경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인류가 환경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자는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 인간환경회의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세계가 처음 공동으로 인식한 계기였으며, 같은 해 유엔은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지정했다.

오늘날 인류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플라스틱 오염, 미세먼지 등 복합적인 환경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폭염, 집중호우, 가뭄, 산불 등 각종 재난을 유발하며 인간의 삶과 경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환경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화석연료 사용 증가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연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환경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는 발생원과 이를 흡수, 조절하는 자연의 흡수원 사이 균형이 깨지면서 문제가 심화된 것이다. 남극의 빙하에서 채취한 얼음기둥 분석에 따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 농도는 수천 년 전부터 농업 확대와 산림 개간이 진행되면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1600년경에는 경작지가 숲으로 복원되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환경 문제가 인간과 토지 이용의 관계 속에서 이해돼야 함을 보여준다.

이 같은 현상은 현대 도시에서도 확인된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도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외곽보다 높고, 녹지가 많은 지역일수록 낮다. 또한 도심과 외곽의 기온 차이가 최대 5도에 이르는 열섬 현상은 시민 건강과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도시 구조와 토지 이용 방식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환경 문제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자연의 기능을 활용하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이다. 이는 대규모 시설 중심의 공학적 접근보다 습지, 도시 숲, 녹지 등 생태계의 회복력과 조절 기능을 활용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유엔의 ‘생태계 복원 10년’ 프로젝트 역시 생태 복원을 통해 탄소 흡수원을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 사회도 폐경지, 유휴부지, 수변 공간, 도심의 방치된 공간을 개발 대상이 아니라 탄소 흡수원과 기후 조절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작은 숲과 습지, 공원 하나가 기후위기 대응과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환경 문제는 더 이상 정부나 전문가만의 과제가 아니다. 우리의 소비 방식과 생활 습관,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까지 변화해야 한다. ‘세계 환경의 날’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기반으로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실천을 다짐하는 날이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할 때 비로소 진정한 지속 가능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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