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캠퍼스에 반도체 공정 이식…지역 인재 양성의 해법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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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 전경. /전남대 제공

지역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 전경. /전남대 제공

대학 캠퍼스 안에 글로벌 기업의 생산라인이 그대로 들어온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전남대학교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이하 앰코)가 공동으로 출범한 ‘반도체 패키징 기술 공동연구소’가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 협약 수준을 넘어 실제 반도체 생산·연구 환경을 대학 안으로 들여왔다는 점에서, 지역 거점국립대의 교육 경쟁력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빌드업 1년…‘현장’을 이식하다

전남대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관계자들이 지난 1월 반도체 패키징 기술 공동연구소 개소식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대 제공

전남대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관계자들이 지난 1월 반도체 패키징 기술 공동연구소 개소식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대 제공

전남대는 광주·전남 지역이 반도체 패키징 산업에서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기업 앰코가 광주에 있다는 점에서 산업 기반과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을 연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전남대는 이 가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앰코와의 협력을 선택했다. 현장 전문가와의 교류를 통해 실제 공정 운영 방식과 품질 관리 기준, 산업 현장의 요구를 직접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교육 확대를 넘어 ‘현장 중심 인력양성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 공동연구소 출범을 위한 준비는 지난해 본격화했다. 같은 해 11월 학부·대학원생 40명이 앰코 광주공장의 생산라인과 품질 평가 공정을 직접 체험하며 현장의 요구를 교육에 반영하기 위한 기초 작업을 마쳤다.

전남대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 장비 31종을 기반으로 교육용 실습 라인과 기업 공동연구용 실증라인 구축을 공식화했다. 학생에게는 곧바로 현장에서 통하는 실무 역량을, 기업에는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제공하겠다는 전남대의 전략적 선택이다.

◇첨단 장비가 만든 실전형 캠퍼스

공동연구소의 경쟁력은 단연 인프라다. 앰코는 고성능 집적회로를 최첨단 적층 기판 또는 세라믹 기판에 장착해 전기적 성능을 개선하는 FCBGA 공정 장비 31대와 반도체 웨이퍼 위에 외부 접속단자를 형성하는 Bump 공정 장비 15대 등 첨단 패키징의 핵심인 후공정 장비 46대를 지원했다. 여기에 에스에스오트론과 AIM이 기증한 4대를 더해 총 50대의 인프라가 완성됐다.

전남대 관계자는 “50대의 후공정 장비 규모는 국내 대학 중 최고 수준”이라며 “학생은 졸업 전에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동일한 환경에서 연구 및 실습을 병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장비들은 칩과 기판 간 전기적 연결, 미세 구조 구현, 접합 품질 확보, 열 및 신뢰성 관리 등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에 활용된다. 학생은 이론적 이해를 넘어, 공정 조건 변화에 따른 결과 차이와 수율·품질의 상관관계를 몸으로 익힐 수 있다. 장비 도입과 함께 주목받는 것은 ‘기술 전수’다. 앰코는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OSAT) 분야 세계 2위 기업으로, 첨단 패키징 기술과 대규모 양산 역량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앰코의 숙련된 공정 실무자는 대학을 방문해 장비 설치와 초기 세팅, 공정 조건 설정, 품질 확인 포인트 등을 단계별로 전수할 예정이다. 이 같은 도제식 교육은 향후 전남대의 교육과정 설계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앰코 전문가가 교육과정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산업 현장의 과제를 수업에 반영하는 방식이 추진된다.

◇‘지산학연 융합 허브’ 구축

전남대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공동연구소 구축을 계기로 글로컬30 사업 및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시설 확충을 넘어 이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 교육·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앰코 등 글로벌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반도체 패키징 특화 교과목’을 공동 개발하고, 기업 현장과 대학 실습 라인을 연계한 현장실습 및 인턴십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구소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도 본격화한다.

전남대는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반도체·모빌리티 등 지역 3대 전략 산업을 연결하는 ‘지산학연 융합 허브’를 구축한 뒤 학생 1인당 교육 투자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구조가 정착되면 기업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과 현장실습, 공동연구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졸업생의 현장 적응 기간이 단축되고, 기업은 즉시 활용 가능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연구·개발 확대는 지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고도화를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대는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산학연 협력 모델이 광주·전남을 첨단 패키징을 포함한 미래 산업 인재 양성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시키는 기반이 될 것으로 봤다.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 산업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지역 인재 유출을 줄이고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대 관계자는 “앰코와의 협력은 글로컬30과 RISE 사업이 지향하는 ‘대학과 지역 산업의 일체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며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에서 성장하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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