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험한 물건을 협박에 이용했더라도 이를 휴대하지 않았다면 특수협박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죽은 친조모를 빙자한 쪽지와 치사량이 넘는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아버지 집 앞에 5차례 둔 A씨를 특수협박이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피고인 A씨는 자신의 부친인 피해자 B씨를 폭행해 특수존속폭행죄 혐의로 2024년 3월 재판 진행 중에 있었다. A씨는 변론종결일 직전인 당월 10일 합의를 위해 B씨의 주거지로 찾아갔으나 거절당했다. A씨는 11일 사망한 친조모 명의로 "빨리 보고싶다.. -엄마가-"라고 쓴 쪽지와 치사량이 넘는 메탄올을 넣은 소주병을 B씨의 집 앞에 뒀다. 이후 당월 19일까지 총 5회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
1심에서 A씨는 보복협박, 스토킹범죄, 특수존속협박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를 문전박대한 피해자의 대처는 A씨가 피해자에 대한 앙심을 더욱 증폭시켰다"면서 "A씨의 행위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행위"라고 판시했다. 메탄올이 담긴 소주병을 피해자의 주거지에 지속·반복적으로 둔 것도 스토킹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피해자 측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은 보복협박과 스토킹범죄는 인정했지만 특수존속협박죄를 파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했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피고인이 협박 범행에 이용했더라도 이를 '휴대하여'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소주병을 발견하기 전 A씨가 현장을 떠난 점으로 비춰 소주병을 지배하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본 것이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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