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살짝 벗어난 지점서 車 사고…운전자 처벌할 수 있을까

2 weeks ago 12

 뉴스1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 출처: 뉴스1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낸 운전자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1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가 제기한 불기소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A씨는 2024년 서울 서초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중 자동차와 추돌해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 검찰이 운전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A씨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냈다.

검찰은 A씨가 횡단보도를 벗어난 지점에서 도로를 건너다가 추돌당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뒤, A씨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 판단은 달랐다. 헌재는 운전자의 일시정지 의무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뿐 아니라, 통행하려 하는 때에도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에 따라 “횡단보도를 통행하던 중 외부요인이나 걸음걸이, 관성 등의 사정으로 인해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기록에 따르면 A씨는 횡단보도 앞 자동차진입억제용 말뚝(볼라드) 근처에 서 있었다. 또한 차량통행 여부를 확인하고 횡단보도가 설치된 부분으로 걸음을 옮기는 등 횡단보도를 통행하려는 의사를 외부로 표시했다. 헌재는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사고가 발생한 횡단보도의 구조적 특징에도 주목했다. 이 횡단보도는 도로의 중앙선과 수직으로 설치되지 않고,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헌재는 “A씨는 직진하기 위해 주위를 살핀 후 횡단보도 오른쪽 끝부분에서 횡단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의도적으로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횡단을 시작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이인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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